김치전은 누구나 한 번쯤 먹어봤을 법한 익숙한 음식이지만, 그 안에는 꽤 깊은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단순한 간식이나 반찬을 넘어서, 김치전은 조선시대의 음식 문화 속에 뿌리내린 전통의 한 갈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옛 문헌을 들여다보면, 지금 우리가 먹는 김치전의 원형과 그 변화 과정을 엿볼 수 있죠. 이 글에서는 조선시대 음식 기록을 바탕으로 김치전의 기원과 그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조선시대 이전, 부침 음식의 출발점
김치전이라는 이름은 근대에 들어서 익숙해졌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지짐’이나 ‘전유화’ 같은 이름의 부침 음식들이 존재했습니다. 곡물가루에 물을 풀고, 야채나 고기를 섞어 기름에 지지는 방식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방식이죠.
《음식디미방》 같은 조리서에는 다양한 ‘전’ 요리가 소개되어 있는데, 비록 ‘김치전’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절임 채소나 숙성 재료를 넣은 부침 요리는 분명히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기록을 보면, 김치전이라는 음식도 이런 부침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김치가 부침에 더해진 시기와 문헌 속 흔적
조선 중후기로 가면 김치가 음식 문화 속에서 중심 재료로 자리 잡습니다. 발효 채소의 대표주자인 김치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도 응용되었죠. 김치를 잘게 다져 반죽에 넣어 부친 음식이 바로 김치전의 초기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의전서》나 《산림경제》 같은 조선 후기 문헌에서는 김치나 절임채를 활용한 요리들이 꽤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김장을 담고, 그 김치를 이리저리 활용하는 과정에서 김치전도 자연스럽게 등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묵은지를 이용한 김치전은 당시 서민층에서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어 널리 퍼졌고, 매콤하고 산미 도는 그 맛은 느끼한 기름맛을 잡아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시대 따라 변화한 김치전의 모습
김치전은 시대가 흐르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예전에는 밀가루가 귀했기 때문에 보릿가루나 쌀가루로 반죽을 했고, 김치는 대부분 묵은지를 썼습니다. 지금처럼 부침가루나 다양한 첨가재가 없던 시절에는, 조리법이 단순하지만 김치 특유의 깊은 맛이 중심이었죠.
요즘은 치즈나 해물을 넣은 김치전도 흔하고, 에어프라이어나 인덕션으로 조리하는 방식도 많아졌습니다. 해외에서도 ‘김치 팬케이크(Kimchi Pancake)’라는 이름으로 알려지며, 한국의 대표 간식으로 자리 잡고 있죠.
이처럼 김치전은 시대와 사람, 입맛에 따라 계속 진화해왔습니다. 단순히 ‘김치+반죽’이라는 조합을 넘어서, 한국인의 입맛과 생활을 닮은 음식이 된 셈입니다.
결론: 음식 이상의 가치를 지닌 김치전
김치전은 그 자체로 간단한 요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생활의 지혜와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문헌 속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먹는 김치전이 단순한 요리가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다듬어진 한국 고유의 음식 문화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다음 번 김치전을 먹을 때, 그 바삭한 식감 속에 깃든 한국의 역사를 함께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